심심풀이

[에피소드 1] at that moment

Korean observer 2023. 6. 12. 18:58

 

 

한 밤중, 어딘가로 달려가는 사람이 보인다. 전속력으로 질주하며 숨이 끊어질 것처럼 내달리는 사람은 아마도 여자인 듯하다. 어두 컴컴한 길, 가로등조차 없는 길을 달리고 또 달리는데도, 좀처럼 속도를 줄이지 않는다.

 

숨 한번 고를 법도 한데, 거친 숨을 몰아 쉬면서도 내달리는 여자를 보며, ‘뭐가 저리 급할까?’라는 생각에 빠져 있다, 이내 불어오는 창 밖의 서늘한 공기에 급히 창문을 닫았다.

 

따뜻한 이불 속 포근함이 간절해, 몸을 누우려는 데 ‘끼익’하고 요란한 소리가 들리더니, 곧 이어 ‘쿵’하고 뭔가 부딪치는 소리까지 크게 들려왔다.

 

“야! 야! 일어나?”

“일어나라구!”

 

누군가가 계속 나를 부르는 것 같다. 부르는 소리가 점점 커지다, 이내 날카롭고 신경질적인 소리가 고막을 울리며 정신을 흩트린다.

 

“안 일어나?”

“으으-응!”

 

비몽사몽한 정신으로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지만 엄마다. 목소리로 보나 냄새로 보나, 엄마가 맞다. 잠 만보 같은 딸래미 깨우느라, 엄마는 아침마다 딸과의 전쟁을 시작하신다.

“후--아, 엄마.”

 

팔을 뻗어서 엄마 얼굴을 감싸며, 있는 힘껏 끌어안았다. 엄마는 기겁을 하며 빠져나오려고 하지만, 내 팔 힘이 좋아서인지 연신 ‘켁켁’ 거리면서 몸부림 친다.

엄마의 버둥거림에 루크가 다가온다. 머리를 내 팔 밑으로 디밀며 통로를 만들려고 애를 쓰기도 하고, 앞 발을 들어 올려 말리는 것 같은, 긁는 행동을 반복하며 낑낑거린다.

엄마의 껌딱지 우리 집 귀염둥이 막내 루크, 집 식구가 들어와도 꼬리 한번 흔들 줄 모르는 시크한 고양이과 강아지 루크지만, 엄마에게는 예외적으로 미세하게 흔들락 말락하며, 기분을 드러내며 반가움을 표현한다.

 

그러나 낯선 사람에게는, 조그만 몸에서 짖는 소리라고는 도저히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우렁차게 짖어대서 동네 주민들께 민폐를 끼치기도 한다.

 

#1